버스에 음료수를 들고 탈 수 없습니다. 

얼마 전 친구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버스에 올라탄 후 승차거부를 당해 내려야만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했는데 편의점에서 파는 덮개가 있는 달달한 카페라떼를 들고 탔다고 하더군요. 요즘 버스 안에 음료 반입하면 안되잖아요. 정신이 없어 바로 가방에 넣겠다고 했지만, 가방에 넣고 타는 것도 안된다고 기사님이 내리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사실 쌍방이 이해가 됩니다. 기사님은 규칙을 동등하게 적용해야 하고, 또 가방에 넣겠다고 하고 버스에 탄 후 꺼내먹으면 곤란하시니까요. 



하지만 버스 정류장에는 휴지통이 없습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휴지통이 없더랍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휴지통을 찾을 수가 없어서 주변을 계속 헤맸다고 하네요. 음료를 들고 탈 수 없다면 버스를 타기 전 들고 있는 음료통을 버려야할텐데 휴지통은 없고 참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서울시에서 버스정류장에 휴지통을 설치할 의향이 없다면 밖에서는 음료를 들고 다니기 힘들겠어요. 이런 상황에 닥치지 않기 위해 버스 안 음료 반입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시 버스 내 음료반입금지 조항 뜯어보기 

올 초부터 시작된 서울시 버스 내 음료반입금지. 정확히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까지 허용되지 않는지 찬찬히 뜯어보겠습니다. 처음에는 버스 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음료반입금지라고 모호하게 설정되어 있어 버스를 타는 시민들이 많이 헛갈렸을 것 같아요. 

초기에 발표되었던 서울특별시 시내버스 재정지원 및 안전 운행기준에 관한 조례(2018.1.4시행)는 다음과 같습니다. 

⑥ 시내버스 운전자는 여객의 안전을 위해하거나 여객에게 피해를 줄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 음식물이 담긴 일회용 포장 컵(일명 ‘테이크아웃 컵’) 또는 그 밖의 불결·악취 물품 등의 운송을 거부할 수 있다.  <신설 2018.1.4.>

다소 모호하죠.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까지 허용되지 않는 것일까요. 때문에 이번에 조금 더 구체적인 안을 시에서 내놓은 것 같습니다. 


버스 내 반입금지

  - 일회용 컵에 담긴 뜨거운 음료나 얼음 등의 음식물

  - 일회용 컵에 담긴 치킨, 떡볶이 등 음식물

  - 여러 개의 일회용 컵을 운반하는 용기 등에 담긴 음식물

  - 뚜껑이 없거나 빨대가 꽂힌 캔, 플라스틱 병 등에 담긴 음식물

▶ 버스 내 반입허용

  - 종이상자 등으로 포장된 치킨, 피자 등 음식물

  - 뚜껑이 달린 플라스틱 병 등에 담긴 음료

  - 따지 않은 캔에 담긴 음식물

  - 밀폐형 텀블러 등에 담긴 음식물

  - 보온병에 담긴 음식물

  - 비닐봉지 등에 담긴 채소, 어류, 육류 등 식재료

  - 시장 등에서 구입, 운반하는 소량의 식재료 등


버스 내 음료반입금지 조치는 매우 좋은 규칙이라고 생각됩니다. 버스를 타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규칙인데다, 타인을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한 규칙들로 보이네요. 이런 규칙들이 많이 생겨나고 정형화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버스를 좀 더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뜨거운 음료를 옆 사람에게 쏟아 피해를 끼치는 사례도 많고, 유색 음료를 쏟아 옷에 얼룩이 지는 경우도 있지요. 또 버스 안에 음료 쏟기, 버스 안에 먹다 남은 음료 버리고 가기 등 민폐의 종류도 참 많습니다. 게다가 밀폐된 버스 안에서 음식을 와구와구 먹는 사람들 때문에 외출하는 길에 옷에 냄새가 잔뜩 뭍는 경우도 있지요. 정말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규칙이 생겨난 것이 씁쓸하기도 합니다. 제가 해외여행을 처음 나간 것이 2005년이었습니다. 그 해에 유럽과 일본을 다녀왔는데 유럽과 일본에서는 지하철, 트램, 버스 등에서 음식물 섭취가 금지인 것은 물론이고, 일본의 경우에는 지하철 내에서 전화를 받는 것도 금지였습니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모두의 마음이 공공질서가 되는 것 같아매우 놀랐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갖은 폐해를 거치고 나서야 2018년 이런 규칙이 생겨났다는 것에 씁쓸하기만 합니다. 



버스 내 음료반입금지, 잘 시행되고 있을까? 

하지만 이러한 규칙은 단지 조례일 뿐이라고 버스기사들은 말합니다. 조례만 있지 실제 승객의 탑승을 거부할 권한이나, 음료반입에 대한 과태료 등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하네요. 게다가 탑승자들과 불편한 일이 생길수 있어 완강히 거부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막무가내로 들고 타겠다고 하는 승객을 막을 수는 없어 버스기사들도 애가탄다고 합니다. 또 버스를 오랜만에 타는 사람들이나 이러한 음료반입금지 규칙이 시행되는지 모르는 승객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것도 힘들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버스 이용 고객이 많다보니까요. 아직 시행된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1년 정도 지나면 조금 더 안정적으로 시행되고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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